집에 오래 모아둔 MP3와 FLAC 파일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기본 음악 플레이어만으로는 조금 답답했다. 앨범별로 태그가 제각각이고, 어떤 곡은 소리가 너무 크고 어떤 곡은 작아서 재생할 때마다 볼륨을 만지게 됐다. 스트리밍 앱으로 듣는 음악은 편하지만, 직접 보관해둔 음원은 따로 관리할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설치한 프로그램이 foobar2000이다. 예전부터 가볍고 설정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써보면 단순한 음악 재생기라기보다 음악 파일을 정리하고 듣는 방식을 직접 맞춰가는 도구에 가깝다. 화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설치 후 몇 가지 설정만 잡아두면 오래 쓰기 편한 편이다.
설치할 때 일반 설치와 포터블 설치 중 고민한 부분
foobar2000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Windows용 설치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설치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고, 중간에 Standard installation과 Portable installation을 고르는 단계가 나온다. 일반 설치는 시작 메뉴 등록이나 파일 연결을 편하게 할 수 있고, 포터블 설치는 USB나 별도 폴더에 넣어 설정까지 같이 들고 다니기 좋다.
나는 데스크톱에서는 일반 설치를 선택했고, 노트북에는 포터블 버전으로 따로 넣어봤다. 음악 파일을 외장 SSD에 보관하는 경우라면 포터블 설치가 꽤 편하다. 프로그램 폴더 안에 설정이 같이 저장되기 때문에 다른 PC로 옮겨도 레이아웃이나 라이브러리 설정을 다시 잡을 일이 줄어든다.
설치 후 바로 실행하면 화면이 상당히 간단하다. 처음 실행 시 Quick Appearance Setup 창이 뜨는데, 여기서 기본 레이아웃과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복잡하게 꾸밀 생각이 없다면 Album List + Properties 조합이 무난했다. 왼쪽에는 앨범 목록, 가운데에는 재생 목록, 아래쪽에는 상태 정보가 보이는 식으로 정리하기 쉽다.
음악 폴더 등록과 라이브러리 관리 방법
foobar2000을 제대로 쓰려면 먼저 음악 폴더를 라이브러리에 등록하는 게 좋다. 메뉴에서 File > Preferences > Media Library로 들어가면 Music folders 항목이 있다. 여기서 Add 버튼을 누르고 MP3, FLAC, WAV 파일이 들어 있는 폴더를 지정하면 된다.
폴더를 등록하면 foobar2000이 파일을 스캔해서 앨범, 아티스트, 장르 같은 태그 정보를 기준으로 목록을 보여준다. 파일 수가 많으면 처음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이후에는 폴더에 새 파일을 넣었을 때 자동으로 반영된다. 외장하드처럼 자주 분리하는 저장장치를 등록할 때는 경로가 바뀌지 않게 드라이브 문자를 고정해두는 편이 낫다.
내가 자주 쓰게 된 기능은 태그 수정이다. 곡을 선택한 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Properties를 열면 Title, Artist, Album, Date, Genre 같은 메타데이터를 바로 고칠 수 있다. 여러 곡을 동시에 선택해서 앨범명이나 아티스트명을 한 번에 수정할 수 있어서, 오래된 음원 정리할 때 시간이 꽤 줄었다.
앨범아트가 빠진 파일은 Properties 창에서 Artwork 탭을 확인하거나, 파일명으로 cover.jpg, folder.jpg를 같은 폴더에 넣는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모든 음원에 이미지를 직접 삽입하는 것보다 앨범 폴더마다 cover.jpg를 두는 방식이 관리하기는 더 편했다. 다만 폴더 구조가 뒤섞여 있으면 엉뚱한 앨범아트가 표시될 수 있어 앨범별 폴더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
ReplayGain으로 곡마다 다른 음량 맞추기
foobar2000을 설치하고 가장 먼저 설정한 기능은 ReplayGain이다. 예전 MP3 파일과 최근 FLAC 파일을 섞어 들으면 음량 차이가 꽤 심하다. ReplayGain은 파일 자체의 음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재생할 때 기준 음량에 맞춰 들려주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재생 목록에서 음량을 맞추고 싶은 곡이나 앨범을 선택한 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ReplayGain > Scan as albums by tags를 선택하면 된다. 앨범 단위로 들을 음원이라면 이 옵션이 자연스럽고, 랜덤 재생 위주라면 Scan per-file track gain을 사용할 수 있다.
스캔이 끝나면 결과 창에서 Update File Tags를 눌러 태그를 저장한다. 이후 File > Preferences > Playback으로 들어가 ReplayGain 항목을 확인하고, Source mode를 album 또는 track으로 고르면 된다. 나는 앨범 전체를 이어서 듣는 경우가 많아 album mode를 기본으로 두고, 랜덤 재생할 때만 track 기준으로 바꾼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너무 큰 Preamp 값을 주지 않는 것이다. Preferences의 ReplayGain 설정에는 With RG info, Without RG info 프리앰프 조절이 있는데, 값을 많이 올리면 클리핑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값 근처로 두고, Prevent clipping according to peak 옵션을 켜는 쪽이 안정적이었다.
출력 장치와 gapless 재생에서 확인한 설정
foobar2000은 gapless 재생이 자연스러운 편이다. 라이브 앨범이나 클래식 음반처럼 곡 사이가 끊기면 어색한 앨범을 재생할 때 차이가 느껴진다. 별도 설정을 크게 건드리지 않아도 대부분의 파일에서 곡 사이 공백이 잘 이어졌다.
출력 장치는 File > Preferences > Playback > Output에서 바꿀 수 있다. Device 항목에서 기본 오디오 장치, 특정 스피커, USB DAC 등을 선택할 수 있다. Windows 기본 장치를 자주 바꾸는 사람은 Primary Sound Driver로 두면 편하고, DAC를 고정해서 쓰는 경우에는 해당 장치를 직접 지정하는 편이 덜 헷갈린다.
버퍼 길이도 이 메뉴에서 조절할 수 있다. 재생 중 끊김이 느껴지면 Buffer length 값을 조금 늘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키보드 단축키로 곡을 넘길 때 반응이 너무 늦게 느껴지면 버퍼를 과하게 늘리지 않는 게 좋다. 내 PC에서는 기본값으로도 문제가 없었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했을 때는 장치 쪽 지연이 더 크게 느껴졌다.
DSP 설정은 Preferences > Playback > DSP Manager에 있다. Equalizer, Resampler 같은 항목을 추가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많이 넣으면 원래 음색이 바뀌는 느낌이 커진다. EQ를 쓰고 싶다면 아주 약하게 조절하고, 설정 전후를 같은 곡으로 비교해보는 편이 낫다.
파일 변환 기능을 쓸 때 알아두면 좋은 점
foobar2000은 재생뿐 아니라 파일 변환도 지원한다. FLAC 파일을 스마트폰에서 쓰기 편한 MP3나 Opus로 바꾸고 싶을 때 유용하다. 변환할 곡을 선택한 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Convert 메뉴로 들어가면 된다.
다만 일부 포맷은 인코더 파일을 따로 지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MP3 변환에는 LAME 인코더가 필요할 수 있다. foobar2000에서 변환을 실행하면 필요한 인코더 경로를 묻는 창이 나오는데, 이때 내려받은 lame.exe 위치를 지정하면 다음부터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변환 설정에서는 출력 폴더와 파일명 형식도 정할 수 있다. File name pattern에 %artist% – %title%처럼 입력하면 태그 정보를 기준으로 파일명을 만들 수 있다. 앨범별 폴더로 정리하고 싶다면 %album artist%\%album%\%tracknumber%. %title% 같은 형식을 쓰면 된다.
팁을 하나 적자면, 무손실 파일을 손실 포맷으로 변환할 때 원본 폴더에 바로 저장하지 않는 게 좋다. 같은 폴더에 FLAC과 MP3가 섞이면 라이브러리에서 중복으로 보일 수 있다. 나는 변환 파일용 폴더를 따로 만들고, 스마트폰 동기화용 파일만 그쪽에 모아둔다.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부분과 파일 연결 문제
foobar2000의 장점은 가볍고 세세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게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메뉴가 많고 설정 위치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스킨이나 컴포넌트까지 손대기 시작하면 검색을 하면서 천천히 맞춰가야 한다.
설치 후 음악 파일을 더블클릭했을 때 다른 플레이어가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foobar2000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Windows 설정에서 바꾸는 게 빠르다. 설정 > 앱 > 기본 앱으로 들어가 파일 형식별 기본 앱을 확인하고, .mp3, .flac, .wav 같은 확장자를 foobar2000으로 지정하면 된다.
반대로 모든 음악 파일을 foobar2000에 연결하고 싶지 않다면 설치 중 파일 연결 옵션을 신중하게 고르는 게 좋다. 테스트용으로만 설치하는 경우에는 확장자 연결을 하지 않고, 필요한 파일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의 Open with로 여는 방식도 괜찮다.
컴포넌트를 추가할 때도 공식 사이트나 신뢰할 만한 배포처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기능 확장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오래된 컴포넌트는 최신 버전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Preferences의 Components 항목에서 최근 추가한 항목을 제거한 뒤 다시 실행해보면 원인을 찾기 쉽다.
VLC나 기본 플레이어와 같이 써보며 느낀 차이
VLC는 영상까지 폭넓게 재생하는 만능 플레이어에 가깝고, Windows 기본 미디어 플레이어는 별다른 설정 없이 간단히 쓰기 좋다. foobar2000은 그 둘과 방향이 조금 다르다. 영상 재생보다는 음악 파일 관리, 태그 수정, 음량 보정, 포맷 변환 쪽에 더 잘 맞는다.
특히 음악 파일이 많을수록 foobar2000의 장점이 드러난다. 앨범 목록을 기준으로 탐색하고, 여러 곡의 태그를 한 번에 수정하고, ReplayGain을 적용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자동으로 모든 걸 정리해주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잡을 수 있다.
가볍게 한두 곡을 열어 듣는 용도라면 기본 플레이어도 충분하다. 라이브러리를 직접 정리하고, FLAC이나 Opus 같은 포맷을 자주 다루고, 앨범 단위 감상을 많이 한다면 foobar2000 쪽이 더 손에 맞을 수 있다. 나도 영상은 VLC로 보고, 로컬 음악 파일은 foobar2000으로 듣는 식으로 나눠 쓰고 있다.
가장 자주 쓰게 된 기능은 의외로 화려한 DSP가 아니라 ReplayGain과 Properties 창이었다. 곡마다 들쭉날쭉하던 음량이 맞춰지고, 오래된 파일의 아티스트명과 앨범명이 정리되니 재생 목록을 보는 느낌부터 달라졌다. 디자인은 여전히 담백하지만, 음악 폴더를 직접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그 단순함이 꽤 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