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사진 한 장 보기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
평소에 업무를 하다 보면 참고용 이미지나 촬영 결과물을 확인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윈도우 기본 사진 앱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사진 한 장을 더블 클릭하면 바로 떠야 하는데, 0.5초에서 1초 정도 ‘빙글빙글’ 로딩이 도는 그 짧은 순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수십 장을 넘겨가며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딜레이가 쌓여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게다가 폴더를 이동하며 사진을 정리하려고 하면 기본 앱은 기능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촬영 날짜별로 보거나 크기별로 정렬하는 것도 매번 탐색기를 다시 건드려야 하니 흐름이 뚝뚝 끊겼죠.
결국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뭔가 대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건드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게 최고라는 생각에 아주 오래된 무료 프로그램들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UI가 너무 조잡하거나, 최근에 많이 쓰는 고해상도 모니터 대응이 안 돼서 글자가 다 깨져 보이더군요. 속도는 빠른데 눈이 아파서 못 쓰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첫 번째 삽질: 무조건 다 되는 게 좋은 줄 알았다
두 번째로는 아예 전문적인 툴로 넘어가 보자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사진 관리할 거면 제대로 된 걸 써야지’ 싶어서 어도비 브릿지(Adobe Bridge)를 깔아봤죠. 기능은 정말 막강했습니다. 메타데이터 확인부터 레이팅까지 못 하는 게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걸, 제 업무 스타일에는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폴더를 슥슥 지나가며 사진을 빠르게 훑고 싶었던 건데, 브릿지는 인덱싱을 하느라 컴퓨터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더군요. 팬 소음은 커지고, 오히려 사진 한 장 띄우는 속도는 기본 앱보다 느린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기술적인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기능이 많음 = 무거움’이라는 공식을 간과한 거죠. 저는 보정 전문가가 아니라 ‘빠르게 보고 정리하는 사람’인데, 제 목적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셈입니다. 결국 며칠 써보지도 못하고 지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다시 기본 뷰어로 돌아왔는데, 그 역체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다시 로딩 화면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선택이 잘못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ACDSee Free와의 만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장벽
그러다 문득 예전에 유명했던 ACDSee가 생각났습니다. 예전엔 유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Free’ 버전이 있다는 소식에 바로 다운로드해 봤습니다. 일단 설치하고 실행하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로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즉각적이었거든요. 특히 RAW 파일을 지원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가끔 고화질 촬영본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는데, 전용 프로그램을 켜지 않고도 바로 뷰어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시행착오가 발생했습니다. 인터페이스를 만지다 보니 상단에 ‘Edit’이나 여러 가지 도구들이 보이더라고요. ‘오, 무료인데 편집까지 돼?’ 하고 신나서 클릭했는데, 팝업창이 뜨면서 유료 버전인 Photo Studio를 구매하라고 하더군요. 아, 낚인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기본 회전이나 반전 같은 건 되는데, 조금만 깊이 있는 기능을 쓰려고 하면 결제창이 가로막았습니다. 여기서 ‘그냥 지워버릴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습니다. 기능이 있는 것처럼 보여놓고 못 쓰게 하니까 더 짜증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다시 이성을 찾고 판단을 수정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편집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초고속 뷰어’가 필요했던 거니까요. 광고성 메뉴들은 무시하기로 하고, 오로지 ‘뷰어’로서의 성능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비로소 ACDSee Free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에서의 해결 과정: 5,000장의 사진 속에서 살아남기
최근에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서 수천 장의 소스 사진을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폴더는 엉망이었고, 이름도 제각각이었죠. 여기서 제 나름의 해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일단 문제 상황은 ‘이 많은 사진을 언제 다 열어보고 분류하느냐’였습니다. 저는 ‘탐색기를 쓰지 말고 ACDSee의 내부 브라우저만 활용하자’고 판단했습니다.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폴더를 옮겨 다니는 속도가 윈도우 탐색기보다 훨씬 쾌적했습니다. 키보드 방향키로 사진을 넘기다가,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이 있으면 바로 삭제하고, 위치를 옮겨야 하는 건 단축키로 처리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여러 장 회전’ 기능이었습니다. 세로로 찍힌 사진들이 제멋대로 누워있었는데, 이걸 한꺼번에 잡아서 돌려버리니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원래 이틀 정도 걸릴 줄 알았던 정리 작업을 반나절 만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도구인 ‘꿀뷰’나 ‘FastStone’과도 비교를 해봤는데, 꿀뷰는 정말 가볍고 빠르지만 파일 관리(이동, 복사) 면에서는 ACDSee가 주는 그 묵직한 안정감과 정렬 기능이 한 수 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아주 가벼운 용도로만 쓴다면 ACDSee의 UI는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상황에 따라 낫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미묘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와 애매한 만족감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가끔 프로그램을 닫을 때 유료 버전을 권유하는 창이 뜨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그리고 출력 기능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요새 종이로 인쇄할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차라리 그 기능을 빼고 더 가볍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바탕화면 배경 설정 기능도 재미있긴 한데, 업무 중에 실수로 눌러서 배경이 바뀌어버리면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결국 세상에 완벽한 도구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ACDSee Free는 확실히 빠르고, RAW 파일도 잘 보여주며, 정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Free’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유료 구매 유도와, 생각보다 많은 리소스를 차지하는 일부 불필요한 기능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그래도 윈도우 기본 사진 앱의 그 지독한 로딩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뷰어를 섞어 써야 할지, 아니면 아예 돈을 내고 정식 버전을 사야 할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일단은 이 불편한 동거를 조금 더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혹시 모르죠, 내일은 또 다른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