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검색, 그 인내심 테스트의 시작
직장인이라면, 혹은 PC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그 파일 어디 뒀더라?’ 증후군이죠. 분명 어제 작업했는데, 바탕화면에도 없고 다운로드 폴더에도 없는 그 정체불명의 파일. 이럴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윈도우 탐색기 오른쪽 상단의 검색창을 누릅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인내심 테스트. 초록색 바가 아주 천천히, 마치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머리속에서도 뭔가가 차오릅니다. 분노죠.
분명 내 컴퓨터고, 내 하드디스크인데 왜 OS는 자기 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걸까요? 색인을 켜봐도, 설정을 바꿔봐도 윈도우 기본 검색은 늘 한결같이 느렸습니다. 파일 내용까지 검색해주겠다는 과한 친절은 필요 없으니, 제발 이름만이라도 제대로 찾아주길 바랐죠. 그러다 우연히 커뮤니티에서 ‘Everything’이라는 이름을 접했습니다. 이름부터가 거만하기 짝이 없더군요. ‘모든 것’이라니. 하지만 이 오만한 이름의 프로그램이 제 업무 환경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을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첫 번째 삽질: 마법 지팡이인 줄 알았던 검색의 배신
처음 Everything을 설치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실행하자마자 수백만 개의 파일 리스트가 0.1초 만에 화면을 가득 채우더군요. 타이핑을 할 때마다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출렁이며 필터링 되는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습니다. ‘아, 드디어 구원받았구나’ 싶었죠. 그래서 저는 곧바로 모든 업무 환경을 Everything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첫 번째 실수, 즉 기술적인 이해 부족으로 인한 삽질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관리하는 모든 데이터를 Everything 하나로 다 보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회사 공용 NAS(Network Attached Storage) 드라이브부터, 평소에는 연결도 안 하는 외장 하드, 심지어 가상 드라이브까지 전부 인덱싱 목록에 집어넣었죠. Everything의 강점은 NTFS 파일 시스템의 인덱스를 직접 읽는 속도인데, 네트워크 드라이브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당연히 네트워크를 타고 리스트를 긁어와야 하니 시스템이 버벅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가볍기로 소문난 Everything이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스캔하느라 ‘응답 없음’ 상태로 뻗어버리는 걸 보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죠. 도구의 원리를 무시하고 무작정 ‘다 집어넣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오만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수백 기가바이트의 네트워크 폴더를 인덱싱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모든 것’을 찾겠다는 꿈은 잠시 접어두고 ‘내 로컬 드라이브’라도 확실히 잡자는 타협안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삽질: 도구에 나를 맞추려다 길을 잃다
로컬 검색에 익숙해질 무렵, 저는 두 번째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전략적 선택’의 실패였습니다. Everything의 강력한 옵션들을 보고 있자니, 이걸 단순한 검색기가 아니라 아예 ‘윈도우 탐색기 대체재’로 쓰고 싶어진 거죠. 정규식(Regex)을 공부하고, 수십 개의 필터를 만들고, 단축키를 복잡하게 꼬아서 설정했습니다. ext:psd;ai dm:prevweek 같은 명령어를 외우며 스스로 파워 유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급하게 수정해야 할 파일을 찾는데 제가 설정한 복잡한 필터링 조건 때문에 오히려 파일이 검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분명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만든 ‘똑똑한 필터’가 그 파일을 ‘멍청하게’ 걸러내 버린 겁니다. 설정창을 열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확인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도구인데, 도구를 관리하고 문법을 외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더군요. 주객전도였습니다. 결국 저는 수많은 커스텀 설정을 초기화했습니다. 화려한 정규식보다는 그냥 단순한 키워드 검색이 제일 빠르다는 걸, 그리고 탐색기는 탐색기만의 역할(파일 복사, 이동, 미리보기 등)이 따로 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인데, 그걸로 마법을 부리려다 제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던 셈이죠.
0.1초의 유혹과 실전 해결의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Everything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그 압도적인 ‘결과값’ 때문입니다. 며칠 전,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수개월 전에 작업했던 ‘최종_진짜최종_수정_v4’ 같은 식의 이름을 가진 PPT 파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위치는 기억나지 않고, 기억나는 건 ‘제안서’라는 단어와 대략적인 작업 시기뿐이었죠.
상황은 급박했습니다. 윈도우 탐색기를 켰다면 아마 검색바가 차오르는 동안 저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왔어도 결과를 못 봤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Everything을 띄우고 제안서 dm:2023-10을 입력했습니다. 엔터를 칠 필요도 없었습니다. 입력과 동시에 2023년 10월에 작성된 모든 ‘제안서’ 포함 파일이 나열됐습니다. 그중 용량이 가장 큰 녀석을 골라내니 바로 제가 찾던 그 파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내린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기억력에 의존하지 말고 검색 엔진의 속도에 의존하자’는 것이었죠. 윈도우 탐색기라면 폴더 하나하나를 들어가 보며 눈으로 확인했겠지만, Everything에서는 일단 키워드를 던지고 결과를 보며 좁혀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과 ‘실행’이 단 5초 만에 이루어졌고, 결과는 완벽한 성공이었습니다. 이 맛에 Everything을 씁니다. 한 번 막히면 답답하지만, 뚫릴 때는 이보다 시원할 수 없거든요.
다른 도구들과의 저울질: 왜 하필 Everything인가?
사실 Everything 말고도 대안은 많습니다. 최근에는 Microsoft에서 직접 만든 PowerToys의 ‘PowerToys Run’도 있고, 예전부터 유명했던 Listary나 Flow Launcher 같은 런처류 앱들도 있죠. 저도 이것저것 다 써봤습니다.
PowerToys Run은 디자인이 훨씬 예쁘고 현대적입니다. 하지만 검색 결과의 정확도나 깊이 면에서 Everything을 따라오지 못하더군요. 가끔은 인덱싱이 꼬여서 분명 있는 파일을 못 찾는 경우도 생깁니다. Listary는 탐색기 내부에 녹아드는 UI가 정말 편하지만, 무료 버전의 제약과 가끔 발생하는 리소스 점유율 문제가 신경 쓰였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Everything으로 온 이유는 그 ‘무식할 정도의 일관성’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윈도우 98 시절에 멈춰 있는 것 같고, 설정 메뉴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지만, 적어도 ‘이름으로 파일을 찾는다’는 본질만큼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파일 내용 검색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무력합니다. 문서 안의 텍스트를 긁어서 찾아야 하는 업무라면 Everyting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때는 차라리 윈도우 기본 검색이나 ‘DocFetcher’ 같은 별도의 도구를 써야 하죠. 모든 상황에 맞는 만능 도구는 없다는 걸,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들
글을 마치며 Everything이 완벽한 구원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를 괴롭히는 몇 가지 지점들이 있거든요. 가장 큰 건 ‘관리자 권한(UAC)’ 문제입니다. NTFS 인덱스를 읽으려면 관리자 권한이 필요한데, 윈도우를 켤 때마다 뜨는 그 노란색 경고창은 정말 적응이 안 됩니다. 서비스 모드로 실행하면 된다지만 가끔 설정이 풀리기도 하고, 보안 정책이 까다로운 회사 PC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외장 드라이브를 연결 해제했을 때 리스트에 남아있는 ‘유령 파일’들도 골칫거리입니다. 클릭하면 없는 파일이라고 나오는데 리스트에는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가끔 헷갈릴 때가 많죠. 설정을 통해 자동 갱신을 맞춘다 해도 네트워크 환경이나 드라이브 연결 상태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결국 Everything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도구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제 무리하게 모든 기능을 활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윈도우 탐색기가 답답할 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검색창’ 정도로만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편함들을 안고 가면서,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하는 것. 그것이 수많은 도구를 거쳐온 제가 내린 결론 아닌 결론입니다. 여러분의 PC 안에도 수많은 ‘모든 것’들이 잠들어 있겠죠. 그걸 깨울지 말지, 그리고 어떻게 깨울지는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