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의 배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유혹
“아, 진짜 왜 이렇게 느려?” 노트북 팬이 비명을 지르고 작업 관리자에서 크롬이 점유한 메모리 숫자를 볼 때마다 혈압이 올랐다. 나는 업무 효율에 집착하는 편이라, 브라우저 탭을 수십 개씩 띄워놓고 작업하는 게 습관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크롬은 내 생산성을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갉아먹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처음엔 웨일도 써보고 파이어폭스도 건드려봤지만, 크롬의 그 익숙한 확장 프로그램들과 동기화 시스템을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엣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그 악명 높던 익스플로러의 후계자가 아니라, 크로미움 기반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었으니 윈도우랑은 찰떡궁합이겠지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설치 버튼을 눌렀다. 64비트 운영체제가 필수라는 문구를 보고 내 사양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크롬이랑 뿌리가 같으니 금방 적응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 모든 삽질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삽질: 동기화라는 이름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
엣지를 깔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져오기’였다. 크롬에 저장된 그 수많은 북마크, 비밀번호, 자동 완성 데이터를 한 번에 옮길 수 있다는 말에 설렜다. 버튼 하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첫 번째 정체가 발생했다. 회사용 구글 계정과 개인용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크롬에서는 프로필 분리가 명확해서 편했는데, 엣지로 넘어오니 윈도우 로그인 계정과 브라우저 프로필이 자꾸 간섭을 일으켰다.
비밀번호가 제대로 안 넘어온 걸 확인했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분명히 가져오기 성공이라고 떴는데 왜 로그인이 안 되지?” 한참을 헤매다 깨달았다. 내가 크롬에서 쓰고 있던 ‘마스터 패스워드’ 설정이 엣지의 보안 방식과 충돌하고 있었다. 결국 동기화 기능을 끄고, 수동으로 데이터를 다시 내보내고 가져오는 노가다를 반복했다. 효율을 찾으려다 오히려 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냥 크롬 계속 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미 엣지의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본 이상 뒤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기술적인 벽에 부딪히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두 번째 실패: 세로 탭, 힙해 보였지만 내 손엔 독이었다
엣지의 꽃이라 불리는 ‘세로 탭’ 기능을 켰을 때, 나는 드디어 광명을 찾는 줄 알았다. 화면 위쪽을 가득 채우던 탭들이 왼쪽 사이드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모습은 정말 혁신적이었다. “그래, 이거지!”라며 소리칠 뻔했다. 넓어진 상단 공간 덕분에 문서 가독성이 좋아진 것 같아 대만족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딱 세 시간 만에 한계가 왔다. 탭이 10개를 넘어가니 왼쪽 스크롤이 감당이 안 됐다. 무엇보다 탭을 전환할 때마다 시선이 왼쪽 끝으로 갔다가 다시 화면 중앙으로 돌아오는 이 불필요한 안구 운동이 생각보다 피로했다. 탭 이름이 길어지면 생략되어 버려서 내가 지금 뭘 열어놨는지 확인하려면 마우스를 일일이 갖다 대야 했다. 결국 나는 다시 익숙한 가로 탭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능이 나에게는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엣지만의 개성을 살려보려다 내 업무 리듬만 깨뜨린 셈이다.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원래대로 돌리는 데에도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해결의 실마리: ‘잠자는 탭’이 살려낸 내 램(RAM)
사실 내가 엣지로 넘어온 결정적인 이유는 성능 때문이었다. 크롬은 탭을 하나만 열어놔도 메모리를 무섭게 잡아먹었지만, 엣지에는 ‘잠자는 탭’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쓰지 않는 탭을 비활성화해서 자원을 아껴준다는 설명에 반신반의하며 설정을 만져봤다.
(여기서부터는 실제 해결 과정이다.)
처음엔 이 기능이 작동하는지조차 의문이었다. 탭이 흐릿하게 변한다고 하는데 내 눈엔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성능 탭에 들어가서 ‘효율성 모드’를 켜고, 비활성 시간 제한을 5분으로 확 줄여봤다. 그리고 작업 관리자를 켰다. 놀랍게도 3GB를 넘나들던 브라우저 점유율이 1.2GB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거다!” 싶었다.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나는 모든 업무 환경을 엣지로 강제 이식하기 시작했다. 가끔 잠들어있던 탭을 깨울 때 0.5초 정도 버벅거림이 느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이 쾌적해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노트북 발열이 줄어들었고, 다른 무거운 프로그램(포토샵 등)을 돌려도 컴퓨터가 멈추지 않게 되었다.
완벽함은 없지만, 일단은 이렇게 살기로 했다
엣지를 쓰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의외의 기능은 ‘음성 기능’이다. 긴 기술 문서를 읽어야 할 때, 눈이 너무 아프면 그냥 ‘소리 내어 읽기’를 누른다. 한국어 목소리가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짝 놀랐다. 크롬의 투박한 기계음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여전히 짜증 나는 구석도 많다. 주소창에 검색하면 자꾸 빙(Bing)으로 연결하려 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집요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설정을 구글로 바꿔놔도 교묘하게 빙을 추천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정이 뚝 떨어진다.
크롬과 비교하자면, 순수하게 웹 서핑만 할 때는 크롬의 그 직관적인 가벼움이 그립기도 하다. 엣지는 이것저것 기능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설정 덕후’들을 위한 브라우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윈도우 환경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워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엣지의 자원 관리 능력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
결국 나는 엣지에 정착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크롬을 지우지는 못했다. 특정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크롬이 더 잘 돌아가고, 구글 계정 기반의 서비스들은 크롬에서 쓰는 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마법 같은 도구는 없었다. 그저 내 상황에 맞춰서 이 불편함과 저 편안함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과정일 뿐이다. 내일 또 어떤 버그가 나를 괴롭힐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이 ‘잠자는 탭’ 덕분에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동기화 오류들은… 뭐, 언젠간 고쳐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른 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