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탭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절박함, 그리고 첫 만남
직업 특성상 브라우저 창을 수십 개씩 띄워놓고 일하는 게 일상이다. 크롬을 쓸 때는 탭이 너무 많아지면 나중에는 아이콘조차 안 보이고, 그냥 좁은 틈새만 남는 그 상황이 정말 스트레스였다. ‘도대체 내가 아까 보던 참고 자료가 어디 갔지?’ 하며 하나하나 클릭해보는 시간만 합쳐도 하루에 수십 분은 될 거다. 그러다 우연히 비발디(Vivaldi)를 알게 됐다. ‘사용자가 설계하는 브라우저’라는 문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뭔가 나만의 요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설치했을 때의 느낌은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다. 뭐가 너무 많다. 설정 창을 열었는데 메뉴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걸 보고 ‘아, 이거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겠는데?’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분됐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바꿀 수 있다니. 일단 가장 먼저 한 건 탭을 왼쪽 세로로 옮기는 것이었다. 가로로 넓은 모니터를 쓰니까 위쪽 공간보다는 옆쪽 공간을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비발디 개조기’가 시작됐다.
2. 첫 번째 시행착오: 모든 것을 다 집어넣으려 했던 욕심
비발디의 꽃은 ‘웹 패널’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드바에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를 추가해서 모바일 화면처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나는 여기서 일종의 ‘만능 도구함’을 만들고 싶었다. 슬랙, 노션, 구글 캘린더, 유튜브 뮤직, 그리고 번역기까지 죄다 웹 패널에 때려 넣었다. 처음에는 ‘와, 이제 브라우저 창 안 옮겨 다녀도 된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문제가 터졌다. 화면 왼쪽이 너무 복잡해지니까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 특히 슬랙 알림이 옆에서 계속 번쩍거리는데, 작업을 하다가도 자꾸 눈길이 갔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일부 사이트들은 모바일 뷰로 보니까 레이아웃이 깨지거나 버튼이 안 눌리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노션 페이지를 웹 패널에서 수정하려다 글자가 씹히는 걸 보고 결국 폭발했다.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모든 걸 한곳에 모으는 게 효율이라고 착각했던 거다. 결국, 진짜 필요한 번역기와 캘린더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삭제했다. 도구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내 손에 익어야 도구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3. 두 번째 시행착오: ‘탭 타일링’이라는 환상에 빠지다
비발디에는 한 화면에 여러 탭을 동시에 띄워주는 ‘타일링’ 기능이 있다. 나는 이 기능을 보고 ‘이제 듀얼 모니터가 필요 없겠는데?’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참고 자료 두 개를 양옆에 띄우고, 가운데에 문서 작성 창을 띄워서 3분할로 작업하는 환경을 구축했다. 겉보기엔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고역이었다. 24인치 모니터 한 장에서 화면을 3개로 쪼개니 글씨가 너무 작아졌다. 억지로 화면을 확대해서 보려니 스크롤을 계속 위아래, 양옆으로 움직여야 했다. 처음에는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하며 버텼는데, 퇴근할 때쯤 되니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고 목이 뻣뻣해졌다. 화면을 분할하는 기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모니터 크기와 내 시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결국, 3분할은 포기했다. 그냥 탭을 그룹으로 묶어주는 ‘탭 스택’ 기능으로 선회했다. 필요할 때만 잠깐 두 개를 띄워 비교하고, 평소에는 하나씩 크게 보는 게 내 스타일에는 맞았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능이 나한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때 알았다. ‘멋진 기능’보다 ‘편한 기능’이 우선이어야 했다.
4. 나만의 최적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 워크스페이스의 발견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내가 도달한 결론은 ‘분리’였다. 비발디에는 ‘워크스페이스’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게 내 업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일과 관련된 탭과 개인적인 취미 탭이 뒤섞여서 나중에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나는 ‘업무’, ‘기획’, ‘휴식’ 세 개의 워크스페이스를 만들었다. 업무 워크스페이스에는 이메일과 사내 툴만 띄워두고, 기획 워크스페이스에는 리서치 자료들만 모아뒀다. 그리고 휴식 워크스페이스에는 유튜브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몰아넣었다.
상황은 명확했다. 기획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이메일 확인이 하고 싶어질 때, 워크스페이스를 전환해야 한다는 그 짧은 단계가 일종의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거 볼 때인가?’ 하는 자각이 드는 거다. 선택은 단순했다. 워크스페이스를 나누고, 탭 스택으로 관련 자료를 묶었다. 실행에 옮기니 확실히 브라우저가 깨끗해졌다. 결과적으로 탭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지만, 적어도 ‘길을 잃는’ 일은 사라졌다.
5. 다른 브라우저와 비교했을 때 느끼는 솔직한 감정
크롬은 확실히 빠르고 안정적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하지만 나처럼 ‘내 입맛대로 바꾸고 싶어 하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너무 답답한 감옥 같다. 반면 웨일(Whale)은 예쁘고 친절하지만, 비발디만큼 깊이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안 된다. 비발디는 뭐랄까, 거친 부품들이 널려 있는 작업실 같다.
비발디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설정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내가 뭘 바꿨는지 까먹을 때가 있다. 업데이트 후에 내가 설정해둔 게 미묘하게 어긋나면 그걸 다시 잡느라 30분씩 허비하기도 한다. 크롬 같으면 그냥 썼을 텐데, 비발디니까 ‘내가 고쳐야지’ 하는 강박이 생긴다. 이게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다. 가끔은 브라우저를 쓰는 게 아니라 브라우저를 관리하는 데 시간을 더 쓰는 것 같아 현타가 올 때도 있다.
6. 여전히 진행 중인 불편함과 결론 없는 마무리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비발디의 테마 스케줄링 기능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녁 6시가 되면 자동으로 다크 모드로 바뀌게 설정해뒀는데, 특정 사이트에서 폰트 색깔이 안 바뀌어 글씨가 안 보이는 문제가 생겼다. 이걸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결국 비발디는 완성형 브라우저가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계속 변하는 유기체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복잡함이 재앙이겠지만, 나처럼 ‘불편함을 내 손으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여전히 메모리 점유율은 좀 높고, 가끔 원인 모를 프리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거 그냥 다시 크롬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지만, 이미 세로 탭과 워크스페이스의 맛을 본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자잘한 오류들을 안고 오늘도 나는 설정을 연다. 정답은 없다. 그냥 내 몸에 맞게 조금씩 깎아 나가는 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