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파일 지옥에서 살아남기: 알집과 함께한 며칠간의 삽질 기록

아, 진짜 파일 포맷 때문에 미치겠다 싶을 때가 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을 잡히곤 한다. 이번에는 그게 압축 파일이었다. 거래처에서 자료를 보내왔는데 확장자가 .egg랑 .alz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이걸 쓰나 싶으면서도, 정작 내 컴퓨터에 깔린 기본 압축 해제 프로그램으로는 열리지 않으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처음에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깔기 싫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온라인 변환 사이트도 써보고, 다른 가벼운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비벼보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다. 온라인 변환은 파일 용량이 100MB가 넘어가니까 유료 결제를 하라고 뜨거나, 아예 서버 오류가 나면서 멈춰버리기 일쑤였다. 결국 한 시간을 버리다가 판단을 바꿨다. ‘그냥 알집 깔자. 그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막상 설치하려고 보니 예전에 쓰던 기억과는 좀 달랐다. 예전엔 그냥 압축만 풀던 녀석이었는데, 요즘은 뭐 40가지가 넘는 포맷을 지원한단다. ACE니 RAR이니 하는 것들도 다 된다고 하니까, 일단 설치하고 나서 그 문제의 .egg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하, 허무할 정도로 한 번에 열리더라. 진작 이럴 걸 왜 그 고생을 했나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진짜 삽질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700% 속도의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줄타기

설명서를 보니 압축 해제 속도가 최대 700%까지 빨라졌다고 적혀 있었다. 특히 350MB 파일을 2초 만에 풀 수 있다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침 내가 받은 파일이 딱 그 정도 용량이었다. ‘오, 대박인데?’ 하는 생각에 바로 압축 해제를 눌렀다. 그런데 내 컴퓨터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과장 광고인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2초가 아니라 거의 10초 가까이 걸렸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빠른 편이긴 한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에 실망감도 컸다.

여기서 첫 번째 기술적 막힘이 발생했다. 속도가 왜 안 나오나 싶어 설정을 뒤져보니, 이게 하드디스크 환경이랑 SSD 환경에서 차이가 꽤 크더라. 내 작업용 외장 하드에서 바로 풀려고 하니까 속도가 반토막이 났다. 결국 파일을 일단 바탕화면으로 옮겨서 풀고 다시 옮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게 정말 시간을 아껴주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한 번에 풀리면 좋을 텐데, 속도를 위해 위치를 옮겨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이미 깔았으니 좀 더 써보기로 했다.

보안 경고의 습격, 이건 축복인가 저주인가

작업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빨간색 경고창이 떴다. 압축 파일 내에 악성코드로 의심되는 파일이 들어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래처에서 보낸 파일인데 설마? 하는 생각과 동시에, 만약 이게 오탐(False Positive)이라면 또 얼마나 귀찮아질지 걱정부터 앞섰다. 알집에는 ‘안전 폴더’에 압축을 푸는 기능이 있어서 일단 그리로 보내봤다. 바이러스나 악성코드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선택의 실패를 겪었다. 안전 폴더로 풀었더니 보안 설정 때문인지 편집이 제대로 안 되는 거다. 파일을 수정해서 다시 압축해야 하는데, 권한 문제로 계속 오류가 났다. ‘아, 그냥 경고 무시하고 풀 걸 그랬나’ 싶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검사를 돌렸다. 결국 백신 프로그램까지 동원해서 확인해보니 단순한 스크립트 파일을 오인한 것이었다. 보안에 신경 쓴 건 고맙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 때문에 내 작업 시간은 다시금 지연됐다. 안전 폴더 기능은 정말 중요한 파일을 열어볼 때만 쓰는 게 맞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무조건 좋다고 다 쓰는 게 아니었다.

다른 도구들과 비교하며 느낀 묘한 불편함

평소에는 7-Zip이나 반디집을 주로 썼다. 그 녀석들은 투박하지만 가볍고 군더더기가 없다. 반면 알집은 UI가 친절하고 기능이 많지만, 가끔 무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클릭 메뉴를 열 때마다 뜨는 수많은 옵션들이 처음에는 편했는데, 쓰다 보니 메뉴가 너무 길어져서 정작 내가 자주 쓰는 다른 프로그램 메뉴를 가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알집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예를 들어 압축 파일 안에 있는 이미지를 미리 보거나, 파일 설명을 붙여두는 기능은 협업할 때 꽤 유용했다. 하지만 단순히 용량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압축하고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손이 많이 갔다. ‘이 부분은 시도해봤지만 잘 안 맞아서 넘겼다’ 싶은 기능도 꽤 있었다. 예를 들어 ZIP 암호 찾기 기능 같은 것들이다. 이게 정말 신기해서 한 번 써봤는데, 내가 겪은 실화는 좀 처참하다.

잃어버린 암호를 찾아서: 3시간의 사투

예전에 백업해둔 파일의 암호를 까먹어서 알집의 ‘암호 찾기’ 기능을 돌려봤다. 처음에는 금방 찾을 줄 알았다. 소프트웨어가 똑똑하다고 하니까 뭔가 대단한 알고리즘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행해보니 이건 그냥 하나하나 다 대입해보는 브루트 포스(Brute Force) 방식에 가까웠다. 암호 길이를 8자리 이상으로 설정해둔 내 과거를 원망하며 컴퓨터를 켜놨다. CPU 팬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고, 노트북 온도는 90도를 찍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결국 세 시간을 기다렸지만 암호는 찾아지지 않았다. 여기서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걸 계속 돌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백업본을 찾을 것인가. 결국 나는 중단 버튼을 눌렀다. 현대의 복잡한 암호를 풀기에는 개인용 PC의 성능과 이 기능의 한계가 명확했다. ‘아, 여기서 한 번 막히는구나.’ 싶었다. 결국 암호 찾기 기능은 아주 단순한 숫자 암호가 아니면 실질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허탈함도 컸다.

결국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며칠간 알집을 쓰면서 느낀 점은, 이게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거다. .egg나 .alz 같은 전용 포맷을 다룰 때는 이만한 게 없지만,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번거로운 면이 있다. 보안 기능은 든든하지만 가끔은 과잉 보호처럼 느껴져서 작업 흐름을 끊기도 한다. 비영리 개인에게는 무료라는 점이 가장 큰 위안이지만, 기업에서 쓰기엔 라이선스 비용도 고려해야 하니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지금도 내 컴퓨터에는 알집이 깔려 있다. 하지만 모든 압축 파일을 이걸로 풀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파일 종류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쓰고 있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편함들을 안고 가는 것이 어쩌면 직장인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엔 또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를 삽질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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